외로운밤, 어른의 색연필로 마음을 칠하다
밤이 길게 늘어지는 계절이 있다. 시곗바늘은 성실하게 움직이는데, 몸과 마음은 제자리를 못 찾는다. 스탠드 빛이 책상 모서리에 고여 있고, 냉장고가 낮은 숨을 쉬는 사이, 손끝만 유난히 깨어 있다. 외로운밤은 대단한 사건 없이도 온몸을 채운다. 그때 필요한 건 거창한 결심보다, 가볍고 둔탁하지 않은 움직임 하나다. 색연필을 집어 드는 일은 그 시작으로 적당하다. 소리 없이 종이를 스치는 촉감, 한 겹씩 얇게 쌓이는 색, 실수해도 바로 지우개로 완전히는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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